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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과열 억제제 역할 하는 샐러리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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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DB. 2023 자유계약(FA) 시장의 시간이 더디게 흐르고 있다. 2차 드래프트와 함께 샐러리캡까지 겹치며 각 구단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FA시장은 지난 19...

한겨레DB.

2023 자유계약(FA) 시장의 시간이 더디게 흐르고 있다. 2차 드래프트와 함께 샐러리캡까지 겹치며 각 구단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FA시장은 지난 19일 개장했다. 초대형 FA 선수가 없는 가운데 열흘 동안 전준우(롯데 잔류·4년 47억원), 안치홍(롯데→한화·4+2년 72억원), 김재윤(KT→삼성·4년 58억원), 고종욱(KIA 잔류·2년 5억원), 양석환(두산 잔류·4+2년 78억원)만이 계약을 마쳤다.

2차 드래프트를 피하기 위해 FA를 신청한 오지환(LG와 다년계약), 오승환(삼성)을 제외하고 아직 시장에는 임찬규, 함덕주, 김민성(이상 LG), 주권(KT), 김민식(SSG), 홍건희(두산), 김선빈(KIA), 김대우, 강한울(이상 삼성), 장민재(한화), 임창민, 이지영(이상 키움) 등 12명이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다. 함덕주는 30일 미국 메이저리그(MLB)로부터 신분 조회를 받기도 했다.

여느 해와 달리 구단이 FA 선수 계약에 신중해진 이유는 구단 샐러리캡 때문이다. 롯데가 내부 FA였던 전준우, 안치홍 중에서 프랜차이즈 선수 전준우만 붙잡을 수 있던 것도 샐러리캡 압박이 심해서였다. 안치홍을 한화로 보내고도 외부 FA에 눈 돌릴 수 없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지난해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와 FA 계약을 하면서 샐러리캡이 거의 차 있다.

한화 또한 타선 강화를 위해 안치홍을 영입한 뒤에는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발을 뺐다.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과 협상을 위해 샐러리캡에 여유를 둬야하기 때문이다. 향후 노시환이 FA 자격을 얻을 때도 대비해야만 한다. 자칫 전략을 잘못 짤 경우 어려운 선택에 놓일 수도 있어서다.

에스에스지(SSG)가 지금은 키움 옷을 입은 최주환과 다년 계약을 한 선발 투수 등을 2차 드래프트 때 보호하지 못한 이유도 샐러리캡 탓이다. 샐러리캡이 없었다면 이들이 2차 드래프트에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에스에스지는 내년에 최정이, 내후년에는 김광현이 FA 자격을 얻는 터라 샐러리캡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샐러리캡에 묶여 자칫 팀 중심 선수들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야구계 안팎에서는 샐러리캡 폐지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KBO는 지난 2020년 초 샐러리캡 도입을 확정했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샐러리캡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모그룹에서 자금만 대면 마음껏 FA선수를 ‘쇼핑’할 수 있었지만 샐러리캡 시대에는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향후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오늘의 섣부른 투자가 자칫 내일의 필요한 투자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서다. 올해 FA시장 개장 전 ‘최소 80억원’ 소문이 돌던 양석환의 계약 총액이 80억원에 못 미친 이유도 샐러리캡 때문에 타 구단이 영입을 망설인 탓이다. 지난해에는 총액 80억원을 넘은 선수가 3명이나 있었다.

작년까지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이던 FA 시장은 ‘샐러리캡’이라는 억제제를 만나 그나마 진정이 되는 분위기다. 순기능이 분명 있기에 시행 1년 만에 폐지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기준선(2023~2025년 114억2638억원) 상향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칫 저연봉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시킨 2차 드래프트처럼 갈팡질팡 행보는 지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프로들’ 아닌가.

김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