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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유저들의 ‘페미 검증’에 굴복하는 게임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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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갈무리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갈무리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최근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작가들을 향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에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집게 손 모양’이 나왔다는 이유로 일부 유저들이 여성 직원을 ‘남혐 페미’라며 괴롭혔는데요. 알고 보니 문제가 된 손 모양은 남성 작가가 그린 ‘반쪽 하트’였습니다. 지난달에는 모바일 게임 캐릭터 의상 공모전에서 1등을 한 여성 작가의 의상이 페미니즘 검열로 게임에 나오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게임업계 사상 검증으로 여성 노동자가 해고되거나 업무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점점 잦아지는 건데요. 누가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를 공격하는 걸까요? 게임회사는 왜 여성을 혐오하는 이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하지 않는 걸까요? 채윤태 젠더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어떤 사람들이 게임업계의 사상을 검증하는 건가요?

채윤태 기자: ‘남초 커뮤니티’(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소수 게임 유저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실태조사를 보면 게임 이용자의 성별 차이는 크지 않거든요. 그런데 최근 넥슨의 ‘집게 손 모양’처럼 남성 혐오 논란이 나오면 이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 사상 검증이나 ‘사이버불링’(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으로 따돌리거나 욕설로 괴롭히는 행위)이 일어나면서 극히 일부 유저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상 검증 과정을 마치 재밌는 놀이나 스포츠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여성 직원을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면 게임 회사에서 바로 사과하고 영상을 내리거나 관련 직원을 해고하는 조치를 하니, 문제를 지적한 유저들은 ‘효능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같고요. 그러니 이런 일이 반복되겠죠.

[The 2] 게임회사들은 왜 소수 유저에게 꼼짝 못 하는 건가요?

채윤태 기자: 게임 회사의 책임이 큰 것 같습니다. 일단 극히 일부 유저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적으론 더 많은 소비자를 놓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게임회사의 종사자 중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관리자 대부분이 남성이란 점도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2022년 ‘게임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남성 가운데 관리자 비중이 45.8%지만 여성의 관리자 비중은 20%에 그칩니다. 게임업계 특성상 게임을 만들 때 프로젝트팀(TF)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TF에서 개별적으로 게임을 기획하고 제작하니까 모든 책임을 팀 담당자가 지는 구조입니다. 매출과 같은 프로젝트 결과가 향후 개인 인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하고요. 논란이 된 관리자는 다음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거나,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식으로요. 그렇다 보니 주로 남성인 관리자들이 페미 검증과 같은 논란이나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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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 게임회사에도 여러 직군이 있을 텐데요. 왜 여성 일러스트 작가들이 타깃이 될까요?

채윤태 기자: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디지털 창작 여성 노동자 대부분이 게임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작품을 납품하는 프리랜서예요. 게임 회사의 일은 하지만 게임 회사 노동자는 아닌 거죠.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법 테두리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또 일러스트 작가들 특성상 개인 작품을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보하다 보니 과거 썼던 글이나 게시물이 사상 검증의 표적이 되기 쉬운 측면도 있고요.

[The 4] 여성 직원을 보호하는 회사는 없어요?

채윤태 기자: 모바일 게임 ‘마녀의 샘3’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8년 여성 창작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상 검증이 이어졌을 때 이 게임의 여성 일러스트 작가도 표적이 됐어요. 당시 사상 검증의 표적이 됐던 동료 작가들을 지지하는 글을 개인 트위터에 썼다는 이유로요. 그때 게임 제작사 대표는 게임 공식 카페에 “직원의 행동이 불법이 아닌 이상 회사 밖 개인의 행동과 사생활에 대해 책임을 물을 권한은 없다”는 글을 올려 회사 직원을 보호했습니다.

[The 5] 소수 유저의 여성혐오를 멈추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채윤태 기자: 페미 검증을 하는 게임 이용자들은 극히 소수잖아요. 이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아도 게임 매출에 타격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마녀의 샘3만 해도 당시 게임업계 분위기와 달리 여성 직원을 보호했지만,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순위가 급격히 오르면서 유료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게임 회사에서도 사상 검증에 휩쓸리지 않게 되고 전반적인 게임 업계의 인식도 개선될 것 같아요.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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